CIO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생각해보면 오늘날의 CIO만큼 복잡미묘한 직책도 찾기 어렵다. 어떤 C레벨 임원이 쉽고 편한 업무를 하겠냐마는 CIO는 유독 더하다. 정적인 환경과 급변하는 환경에 모두 걸쳐 있으며, 스페셜리스트의 기술 영역과 제너럴리스트의 인문 영역에도 맞닿아 있다. 어떤 영역에선 ‘실패’가 용납되지 않지만, ‘빠른 실패’가 권장되는 영역도 관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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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맥락에서 오명환(로버트 오) 부사장이 두산그룹 디지털 총괄이자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DDI) COO로서 달성해온 작업 목록은 단연 눈에 띈다. 두산그룹 HoD(Head of Corporate Digital)을 이끌며 그룹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총괄하는 그는 보안에서부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로봇, 양자 컴퓨팅에 이르는 각종 기술 이니셔티브를 남다른 속도를 진행해온 동시에 DDI의 재무 성과와 대내외 사업까지 책임지고 있다.
이에 더해 마이크로소프트, IBM, SAP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과 그가 진행한 협업 소식은 각종 언론 지면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년 국내외 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수상 기록도 오 부사장의 남다른 성과를 보여주는 자료다. 동대문 두산 타워에서 그와 만나 그간의 여정과 성과, 현시대 CIO에 대한 그의 관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든 디지털 이니셔티브의 근간 ‘차세대 정보 보안’
“정보 보안이 근간입니다. 이를 간과하는 것은 무척 무책임하다고 봅니다. 모든 기업, 모든 비즈니스 활동에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정보 보안과 관련한 변화 관리에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집중했습니다.”
2019년 11월 두산에 합류한 이후, 2021년 1월부터 HoD의 수장으로 두산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는 로버트 오 부사장은 그간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차세대 정보 보안’을 첫손으로 꼽았다. 그는 보안에 대한 두산그룹의 접근이 4가지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첫 번째는 IT 보안입니다. 임직원의 PC에서부터 여러 엔터프라이즈 IT 인프라에 차세대 보안 레이어를 적용하는 작업을 331일만에 완료했습니다. 외부에서 3년은 넘게 걸린다고 분석했던 작업입니다. 40여 개 국가에 소재한 모든 엔드포인트와 서버에 대해 실시간 가시성과 회복성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언급한 두 번째 보안 디멘션은 ‘OT(Operation Technology) 보안’이다. 제조업이 큰 비중을 가지는 두산그룹에게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분야다. 오명환 부사장은 개별 공장 및 분야의 특성에 맞춰 5가지 OT 아키텍처를 구축해 전 세계적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이 밖에 세 번째와 네 번째로는 두산그룹의 자회사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커넥티드 프로덕트에 대한 보안, 물리 세계와 사이버 세계의 접촉 면까지 챙기는 컨버지드 보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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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클라우드, 빅데이터에서 퀀텀 컴퓨팅까지
지난 3년여 동안 오명환 부사장이 추진한 과제는 이 밖에도 다양하다. 일단 온프레미스 중심적이었던 IT 인프라를 두 곳의 주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로 대체하는 멀티 클라우드 전환을 2년 만에 마무리했다. 또 이러한 클라우드 전환을 기반으로 발 빠른 AI 실험과 도입을 추진했다. 일례로 생성형 AI 또한 GPT 3.5 시점부터 직원들이 MS 팀즈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사업장에 전기로 용광로가 있습니다. 전기를 사용해 금속을 녹이는 설비입니다. 적정 전기 소비량은 얼마인지, 금속 용융에 사용되는 여러 요소를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노하우가 아주 중요합니다. 이 공정 일부에 AI 예측 모델을 적용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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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꼭 언급하고 싶은 성과로 협력 에코 시스템 구축이 있습니다. 차세대 보안과 클라우드 전환이 여러 혁신의 기초라면, 이후의 관건은 속도와 협업입니다 . 그리고 협력 없이는 시장 적절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기간 동안 여러 글로벌 빅테크 기업, 글로벌 스타트업, 여러 대학과의 산학 협력 생태계를 마련했습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SAP, IBM, AWS와 같은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 성과는 국내 미디어는 물론 CNN 등 굴지의 해외 미디어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CES 2024에서 화제를 모은 AI와 클라우드를 활용해 단 몇 주 만에 개발한 칵테일 추천 제조 로봇, 국내 최초로 구축 및 상품화한 글로벌 HR 시스템, IBM과 협업해 진행 중인 퀀텀 컴퓨팅 역량 내재화 등이 대표적이다.
“AI 분야에서는 프랑스 유니콘 기업인 데이터이쿠와 활발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전기로 용광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두산의 백과사전 서비스인 두피디아(Doopedia ) 콘텐츠 제작 등의 프로젝트가 이 기업과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산학 협력 측면에서는 MIT 및 중앙대학교와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산학협력과 더불어 자회사와 21년부터 기회를 엿본 양자 컴퓨팅 측면에서는 24년부터는 본격화해 수 십여 개의 유즈 케이스를 발굴한 상태입니다. 장담은 어렵지만 3년에서 5년 후에 가능성이 구체화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가시적 성과 없이 리소스 요구한 적 없다”
불과 3년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그는 각종 장단기 프로젝트, 기술 탐색과 인프라 현대화, 비즈니스 혁신을 어떻게 모두 추구할 수 있었을까? 또 결코 만만할 리 없는 각종 리소스 확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금까지 조금이나마 아웃풋을 보여주지 않고 리소스를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가능성에 대해 잘 프레젠테이션하는 작업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저는 작은 성과라도 직접 보여준 다음에 이를 확장하기 위해 리소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야 스폰서십을 확보할 수 있고 변화 관리가 원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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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 Agility 가져야, 그리고 먼저 주어라”
오명환 부사장이 처음 커리어를 시작할 때 세운 목표 중 하나는 ‘30대에 CIO를 하겠다’였다. 그는 이 목표를 아슬아슬하게 달성할 수 있었다고 웃으며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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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CIO 및 CFO 산하의 IT 총괄, 글로벌 기업의 해외 주재 업무 등을 수행했으며 MBA도 취득했다. 마침내 미국 내 포춘 500기업에서 CIO 직책을 맡았으며, 이후 2016년 글로벌 경험자를 찾는 국내 기업의 CIO로 부임했다. 두산에는 2019년에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며 실행하고 책임을 지는 임원으로 합류했다. 그에게 CIO를 꿈꾸는 이에게 전하는 조언을 요청했다.
“운영 중심적 엔터프라이즈 IT는 이제 확산하기 어려운 조직이자 역할이라고 봅니다. 일단 엔터프라이즈 IT 리더와 조직에게는 ‘Learning Agility’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새로운 공부와 경험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프로페셔널 네트워크 구축에도 두려움을 가지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때 자신이 받을 가치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하면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이것은 25살의 저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기도 합니다 .”
오명환 부사장은 이어 미래의 엔터프라이즈 IT 조직은 신기술이 가지는 비즈니스 함의를 빠르게 이해하고 이를 여러 당사자에게 번역하고 구축을 돕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에 주목하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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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환 부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직원들의 팔로우십(followership)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았겠다'였다.
“제가 두산에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는 입사 전에는 128년 된 역사 속에서 변화에 두려움이 없는 조직이라는 점, 글로벌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펼치는 기업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입사 이후에는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규정한 크레도 중 ‘끊임없이 올라가는 눈높이’와 ‘인화(人和, Inhwa)’에 대해 깨닫는 바가 많습니다.”
“이 두가지는 스스로의 리더십 개발 측면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두산에서 일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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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환 부사장이 언급한 답변은 기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운영적 CIO나 혁신형 CIO, 또는 IT 중심적 CIO나 비즈니스 지향적 CIO라는 식의 분류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상충될 수 있는 특성을 모두 갖추는 게 필요함을,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오명환 부사장이 보여주는 듯했다. 어쩌면 그는 엔터프라이즈 디지털 리더의 역할상도 먼저 제시하는 것일 수 있겠다.
*기사 출처: Brian Cheon, 2024.07.29, https://www.ciokorea.com/news/345713